만만한답변
2009/12/1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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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에 적어놓은 년말 송년회 일정을 보니 이제 한해를 마무리할때가 오긴 왔나보다 싶다.

마치 레고 블럭처럼 칸칸이 빈틈을 찾아 적당히 알아서 찾아가고 미뤄주고 댕겨주는 일정을 보면서 흐뭇(?)하다가 올 한해를 잘 보냈다는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이 찍어주는 참잘했어요 도장같다고 생각까지 미치니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만 했었어야 했다.
송년회 모임에 대한 초대 받는것이 한해 열심히 살았다는 데에 대한 보상이다라는 쓸데없는 집착에 대한 생각으로까지 번지니 허연 빈틈을 보이는 달력이 그렇게 얄미울수가 없다.

일년여동안 적을 잠시라도 두었던 모임 웹페이지에 굳이 수고스럽게 찾아가 송년회 일정을 보고 참석한다고 클릭하고
요맘때쯤 모임을 갖는 내가 가도 그닥 반가워하지 않을 지인들에게도 문자도 보내고
그렇게 혼자 정신없이 부산을 떨던 새벽같은 아침이 지나고
정신을 차려 며칠전 지인에게 받은 2010년 달력을 보니 검정색 글씨로 빼곡하다.

뻔하다. 이렇게 약속을 잡았다해도 그중 반도 참석을 못할것이라는것을...
사놓은지 얼마나 되었는지 맛도 향도 없는 커피를 내려 한잔 마시다
또다시 취소 버튼을 누르고 미안하다는 문자도 보냈다.

"왜?" 라는 예상 질문에...
"달력에 하얀 빈틈이 싫었어"라고 답하기는 뭣하고
"연말에 혼자있는게 싫어. 이약속 저약속 막잡다가 너무 무리하는거 같아서..." 는 너무 궁상스럽고 성의없는듯 하고
"일이 바빠서"라는 흔하디 흔한 말이 제일 만만한듯.

2009/12/10 10:59 2009/12/1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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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수리 2009/12/10 11: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구제해 드릴까요?
    와서 애기좀 딱 하루만 봐주셈,,,그럼 빈달력 볼세없이 정신읍어요,,
  • choco 2009/12/11 10: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성탄절이나 연말에 사람들과 어울려 놀지 않고 혼자 있으면 왠지 처량맞아 보인다는 생각,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 좀 담대해질 수 있으면 세상 살기가 편할까...가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12월 달력의 하얀 빈 칸도 '내가 내게 주는 여유'라고 생각하면 괜찮을 듯 싶어요.
    • hongyver 2009/12/11 13:43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상하게도 바쁠때는 여유여유 라고 노래를 부르면서...
      막상 한가로와지면 외롭다고 울컥거리니...
      사람 마음 참 모르겠다싶은...
  • ardour 2009/12/12 22: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집에 무리해서 가볼까.. 너 심심하지 않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