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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탓이야.
2010/03/3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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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릎끓어
영등포에서 전철로 갈아타고 한 정거정인가 지났을까?
내 뒤에 바짝 섰던 두 여자가 한 남자에게 뭐라 소리를 치고 있다.
이어폰을 끼고 있던터라 빼고 들어보니 여자에게 몹쓸짓을 한 모양.
그 남자는 끝까지 부정을 했지만
군복을 입은 한 남자가 나도 봤다고 눈에 힘을 주며 여자들 편을 들고 나서야
그 놈은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용서해달라고 한다.
여자중에 한명이 용서해달라는 남자한테 닥치고 무릎끓어 라고 했다.
그놈은 무릎을 끓는 시늉만 하더니 자리를 옮겼고
그녀들은 그 뒤로도 한참을 이xx 저xx 개xx 육두문자를 남발했다.

그런데 난 그 무릎끓어 라는 소리에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읽던 책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서둘러 전철을 내렸다.

내리는 내 뒤에서 마지막으로 들리는 그녀들의 대화.
이새x 어디갔어? 몰라 딴녀-ㄴ 만지러 갔겠지.

#2 수작
종종 사무실 건물 1층에 있는 커피가게에서 커피를 사마시곤 하기 때문에...
가게에 있는 직원중 몇몇은 이름까지는 모르더라도 눈대중으로 아는 직원들 몇몇 있다.
계산대 앞에서 우리 서로 알죠 하는 눈빛으로 뭐뭐드릴까요 뭐뭐 주세요 하는 정도의 관계(?)랄까?

마침 계산대에서 섰던 직원이 유심히 지켜봤던 제일 귀여웠던 아가씨여서일까?
새로 산듯한 동그란 안경이 너무 잘 어울려서 였을까?
올듯말듯 살랑살랑 불어대는 봄바람이 탓인가.

나는 "안경이 잘 어울려요." 라고 했고 그쪽은 배시시 웃으면 "그래요? 감사합니다. " 라고 했다.
마치 몇년을 잘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프로(?)처럼 아무렇지 않은것 처럼 커피를 받아들고 나왔지만.
나도 모르는 잠재되어 있던 또 다른 내모습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

그놈이 만약 경찰서에서 왜 그랬냐고 했을때 봄 때문에 그랬다고 하면.
직원에게 수작(?) 건 난 뭐가 되는걸까?
이게 다 올듯말듯한 봄 탓이다.

2010/03/31 09:02 2010/03/3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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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ro 2010/04/02 07: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봄맞이 작업?
    날군의 영향? ㅎㅎ

    출사나 함 가시죠~
    • hongyver 2010/04/05 08:05  댓글주소  수정/삭제
      ㅜㅜ
      내안에 제비의 본능이 숨어있나봐.

      그래 봄출사 함 가야지?
      찬석이 5d mark2 산 기념도 할겸.
      어디로 갈까?
  • 서정적자아 2010/04/14 20: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닥치고 무릎꿇어.. 와.. 멋지다. 그 언니들 완전 내 타입.
    마지막 세줄.. 봄때문에 그랬다고요.. 와.. 이거 문학적이네요.
    • hongyver 2010/04/17 10:28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좀 무낙적입니다.
      그런데
      복수는 언제 하실껀가요? 은근 기대하고 있어요 ^^;
  • 20 2010/04/16 22: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ㅋ 그렇게 자연스럽게 시작하는거!! 안경이 잘 어울려요 스타트 좋고 매일 같은 시간에가서 커피를 산다 ㅋㅋㅋ 아 놔...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봐 ㅋㅋ
  • TWEETY 2010/04/22 17: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뽜! 나도나도.. 정말 잘했다~
    실쩍 그냥반 커피도 계산해서 마시라고 주고와요!! 멋지자나..
    커핏집 점원한테 커피사주고 유유히 사무실로~ 큭...